
양극성 우울증과 약물치료: 새로운 통계가 제시하는 결론
양극성 우울증(bipolar depression) 환자들이 어떤 약물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입원 위험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습니다.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 Cagatay Ermis 박사 연구팀이 10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결과, 리튬(Lithium) 단독 치료가 다른 치료제에 비해 우울증 삽화로 인한 입원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2006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 사이 스웨덴에서 양극성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10만 5495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습니다. 평균 나이 44.2세, 여성 비율은 62.2%(6만5607명)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이들 환자가 항우울제, 항정신병약, 기분안정제 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를 살피고, 그에 따른 병원 입원률 변화를 추적 조사한 것입니다.
연구의 주요 관점은 “특정 치료제 혹은 병용요법이 양극성 우울증 환자의 입원 위험을 낮추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 단독 요법 중에서는 리튬이 가장 두드러진 ‘입원 위험 감소 효과’를 보였는데, 이는 기분안정제 단독군으로 분류된 리튬이 우울증 입원율을 최대 25~46%까지 낮추는 통계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밖에 여러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 병용 요법은 대체로 입원 위험을 높이거나 (또는) 유의미한 개선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스웨덴 대규모 연구: 어떻게 진행됐나
연구팀은 스웨덴 전국 등록부에 등재된 환자들의 처방전 구매 이력을 분석하고, ‘PRE2DUP 기법’을 통해 해당 약물이 실제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기간을 모델링했습니다. 그리고 동일 환자가 서로 다른 약물을 복용했던 시기를 비교하는 “개인 내 설계(within-individual design)”를 활용해, 약물 간 직접 비교 데이터를 산출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환자 개개인의 질환 중증도나 다른 인적 요소를 통제해, 약물 효과 차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분석 지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우울증 삽화로 인한 정신과 입원(1차 목표점)”이고, 두 번째는 “조증 삽화나 신체적 요인 관련 입원(2차 목표점)”입니다. 이를 통해 항우울제, 항정신병약, 기분안정제 각각이 환자의 입원 위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확인했습니다.
연구의 주요 결과 요약
- 기분안정제 단독군: 입원 위험도가 대조군(약물 미사용) 대비 11% 낮은 것으로 나타남(aHR 0.89; 95% CI 0.81~0.98).
- 항우울제 단독군: 대조군 대비 오히려 25% 높음(aHR 1.25; 95% CI 1.16~1.34).
- 항정신병약 단독군: 대조군 대비 39% 높음(aHR 1.39; 95% CI 1.24~1.55).
- 기분안정제(리튬) 단독요법: 항우울제·항정신병약 단독요법 대비 41~46% 낮은 입원 위험을 보임.
이 결과는 “항우울제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오히려 입원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기존 논란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기분안정제—특히 리튬 단독 치료—가 양극성 우울증 환자에게 우울삽화로 인한 입원 위험을 줄이는 유효한 전략”임을 재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약물별 비교: 리튬이 유일하게 입원율 낮춰
가장 주목할 만한 대목은, 리튬 단독 치료가 다른 약물 단독 치료와 직접 비교했을 때도 우울증으로 인한 입원 위험을 일관되게 낮추는 결과가 나왔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리튬과 다양한 항우울제(Antidepressants), 항정신병약(Antipsychotics), 그리고 다른 기분안정제(예: 라모트리진, 쿠에티아핀) 단독요법을 1:1 비교했는데, 리튬이 모두 우위를 점했습니다.
- 리튬 vs 항우울제 단독: 입원 위험이 41% 더 낮음(aHR 0.59).
- 리튬 vs 항정신병약 단독: 46% 낮음(aHR 0.54).
- 리튬 vs 라모트리진 단독: 31% 낮음(aHR 0.69).
- 리튬 vs 쿠에티아핀 단독: 46% 낮음(aHR 0.54).
리튬은 이미 ‘양극성 장애’ 치료에서 대표적인 기분안정제로 알려져 있으나, 최근 다른 기분안정제(예: 라모트리진)나 항정신병약, 항우울제를 병용·선호하는 경향도 존재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리튬이 우울증 입원율을 줄이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이 강조됐습니다. Ermis 박사는 “양극성 우울증 중심 치료법으로 리튬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히며, “리튬이 실제로 입원 위험을 줄이는 유일한 단독 요법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항우울제만 먹으면 위험↑? 연구 해석의 한계와 고려 사항
다만, 이 연구 결과를 두고 주의 깊은 해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항우울제 단독요법군에서 입원 위험이 대조군보다 25% 높게 나왔다는 것만으로, “항우울제가 해롭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Ermis 박사는 “약물치료는 대개 증상이 악화되어 재발할 때 시작되기에, 이미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항우울제를 투여해 통계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약물이 나쁜 것이 아니라, 고위험 환자군이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한 시점이 이미 ‘악화된 상태’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양극성 우울증은 단극성 우울증과 달리 조증·경조증 삽화가 혼재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복용하면 조증 삽화가 촉발될 위험이 있다고 알려져,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도 가급적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약을 병용하는 것을 권장하는 추세입니다. 이번 연구에서도 항우울제 단독 사용은 입원율 상승과 연관된 것으로 나왔는데, 이는 “이미 임상 현장에서 알려진 원칙(단독 항우울제 처방의 신중성)이 데이터로도 확인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본 연구는 스웨덴에서 진행된 전국 등록부 기반의 대규모 데이터이므로, 다른 국가·문화권이나 의료체계에서는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그러나 스웨덴은 의료 접근성이 좋고, 처방 기록이 철저히 관리되어 통계적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과가 전 세계 양극성 우울증 치료 지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합니다.
약물 요법별 우울증 입원 위험도 (리튬 vs 타 약물)
약물(단독 요법) | 리튬 대비 입원 위험(aHR) | 주요 해석 |
---|---|---|
항우울제(AD) | 1.69 (리튬이 41% 우세) | 항우울제 단독 시 높은 입원 위험 |
항정신병약(AP) | 1.85 (리튬이 46% 우세) | 조증·불안 억제에 좋지만 우울삽화 입원율은 높음 |
라모트리진(LTG) | 1.45 (리튬이 31% 우세) | 대표적 기분안정제지만 리튬보다 입원 위험↑ |
쿠에티아핀(QTP) | 1.85 (리튬이 46% 우세) | 우울삽화 치료에 흔히 쓰이나, 리튬 대비 결과 열세 |
대조군(약물 미사용) | 1.14 (리튬이 14% 우세) | 리튬은 미사용군보다도 낮은 입원 위험 |
출처: 스웨덴 살그렌스카 대학병원 Ermis 박사 연구, 2024년
설명:
- aHR(조정위험비)는 상대적 위험도로, 리튬 대비 높은 값이면 입원 위험이 더 높음을 의미
- 항우울제(AD), 항정신병약(AP), 라모트리진(LTG), 쿠에티아핀(QTP)과 리튬 요법의 직접 비교 결과
- PRE2DUP 기법 이용, 개인 내 설계로 선택 편향 최소화
리튬의 입지 재조명: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 확대 전망
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우울증이라는 양극단을 오가는 질환으로, 치료 전략이 매우 복잡합니다. 환자의 증상이 ‘우울’ 상태에서 심해지면 자살 위험도 높아지고, ‘조증’ 상태에서 과도한 충동·행동으로 이어지면 사회적·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임상에서는 기분안정제를 기반으로 항우울제·항정신병약 등을 적절히 병용하는 방식을 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리튬의 우수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임상 현장에서 리튬 처방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리튬은 그간 혈중 농도 모니터링의 불편, 신장·갑상선 기능 등에 대한 부작용 우려, 조작이 까다롭다는 문제 등으로 인해 다른 약물에 밀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를 통해 입원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가장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치료 가이드라인이나 처방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양극성 우울증 환자가 주로 우울삽화를 보일 때, 항우울제 단독 요법을 사용할 경우 효과가 제한되거나, 오히려 조증 악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임상 경험이 통계적으로도 뒷받침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항우울제 단독 치료보다는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약을 병용·보조하도록 권장하는 지침”을 재확인하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리튬이 최선의 선택지 중 하나라는 결론이 한층 강화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환자에게 리튬이 정답인 것은 아닙니다. 각 환자의 신체 상태(신장·갑상선 기능 등), 약물 순응도,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선택해야 하며, 리튬 치료 중 추적 관찰과 혈중 농도 체크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일부 환자는 리튬 부작용(떨림, 다뇨, 체중증가 등)에 민감하기도 하므로, 부작용-효과 간 균형을 맞추는 맞춤형 접근이 중요합니다.
맺음말: 양극성 우울증 치료, 리튬 중심 접근 재조명
스웨덴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 리튬 단독 치료가 양극성 우울증 환자의 입원 위험을 상당 폭 낮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항우울제나 항정신병약을 단독으로 사용하면 오히려 입원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은, 임상 가이드라인이 “항우울제 단독 처방을 신중히 하라”고 하는 이유를 통계적으로 뒷받침한 셈입니다.
연구팀은 특히 리튬이 항우울제·항정신병약·다른 기분안정제를 모두 압도하는 ‘입원 위험 감소 효과’를 보여줬다며, 양극성 우울증 치료에서 리튬의 역할이 다시금 주목받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는 리튬이 임상 현장에서 여러 부작용 관리나 모니터링 이슈 탓에 선호도가 떨어졌던 현실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다만, 양극성 우울증은 한 환자 내에서도 증상과 단계가 복잡하게 변하므로, 리튬을 포함해 어떤 약물도 만능은 아닙니다. 전문의들은 “개인 특성과 상황에 따라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며, 필요하다면 병용요법이나 약물 교체를 유연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가 “리튬이 우울삽화 입원 위험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유일한 단독요법”이라는 결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치료 전략 수립에 귀중한 근거자료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