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 한 잔이 마음을 달래줄까, 위험을 키울까?
우리 사회에서 술은 종종 친목과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 여겨지고,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음주 습관이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전혀 술을 마시지 않던 사람이 술을 시작하거나 음주량을 늘릴 경우 우울증 혹은 자살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습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DB를 활용해, 비음주자 그룹에서 음주 습관이 변화할 때 우울증 및 자살 위험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약간의 음주 증가가 우울증 위험을 오히려 낮추는 듯한 경향이 있는 반면, 과도한 음주로 이어질 경우 자살 위험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즉, “가벼운 술자리” 정도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우울감 완화에 일부 기여할 수 있지만, 하루 2~4잔 이상의 ‘중등도 이상’ 음주량 증가는 자살 위험을 2배 이상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미 알코올과 정신질환의 연관성을 지적해 온 여러 연구를 확장해, “음주를 시작하는 시점과 음주량 변화를 고려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나타나는지”를 파악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음주 문화가 깊은 한국, 왜 이 연구가 중요할까
‘소주 한 잔’이 단순히 음주 욕구를 넘어서, 사회적 관습과 의례에 가깝다는 인식은 한국 사회에서 흔합니다. 직장 회식, 친목 모임, 심지어 집안 행사에서도 술이 빠지지 않죠. 그런데 이러한 음주 문화가 “비음주자들이 술을 시작”하거나 “가벼운 음주만 하던 사람이 점점 술자리가 늘어” 음주량이 증폭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음주 습관 변화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우울증 및 자살 위험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본 연구의 결과는, 알코올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고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가령 술을 일절 마시지 않는 이가 가볍게 술을 접하기 시작할 때,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지만, 나도 모르게 습관이 심해지면 극단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욱이 한국에서는 “술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사회문화적 압박이 있어, 자신의 적정 음주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는 대개 “내가 의지력 부족하다”는 낙인 탓에 은닉되기 쉬운데, 술이 스트레스 해소 방편으로 작용하기 쉽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악순환이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듯 음주 습관은 단순한 개인 선택을 넘어, 사회적 요인과 결합해 정신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생활습관 요인이 됩니다. 본 연구가 “초기 비음주자”라는 구체적 집단을 대상으로 한 이유도, 이들이 술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정신건강이 어떻게 변하는지, 한국 문화 특수성 속에서 파악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연구 방법·결과: 음주 증가와 우울증·자살 위험의 상관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비음주자였던 40세 이상 성인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시점에 음주를 시작하거나 음주량을 늘렸을 때, 우울증과 자살 위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것입니다. 연구팀은 연령·성별·경제수준·신체활동·흡연 상태 등 다양한 인구학·생활습관 변수를 통제하여, 음주 습관 변화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평가하려 했습니다.
주요 결과 요약:
- 가벼운 음주 증가(하루 1잔 이하): 우울증 위험 9% 감소
- 연구에서는 하루 1잔 이하로 음주량을 늘린 그룹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대조군 대비 약간 줄어든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aHR 0.91, 95% CI: [0.84~0.98]). 이는 적은 양의 음주가 사회적 유대감 강화나 스트레스 해소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중등도 이상 음주(하루 2~4잔): 자살 위험 2배 이상 증가
- 하루 2잔
4잔 사이의 음주량으로 변한 그룹은 자살 위험이 대폭 올라가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aHR 2.25, 95% CI: [1.313.87]). 중등도에서 높은 수준의 음주가 자살 충동·위험성을 배가시킨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확인한 셈입니다.
- 하루 2잔
- 과거 음주 경험 후 비음주 상태였다가 재음주 시작: 우울증 위험 31% 증가
- 과거 음주력이 있지만 현재는 비음주 상태였던 이들이 다시 4잔 이상 고도 음주를 시작한 경우, 우울증 위험이 31%나 올랐습니다(aHR 1.31, 95% CI: [1.04~1.66]). 예전에 음주 습관이 있었고, 재개할 때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결과적으로 “약간의 음주량 변화”는 긍정적 가능성이 있지만, 음주량이 중등도로 올라가는 순간 자살 위험이 배가된다는 점이 핵심 포인트입니다. 연구팀은 “아직 인과관계를 확정 지을 순 없지만, 한국의 사회적 음주 문화에서 음주를 ‘중등도 이상’으로 늘리면 정신건강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비음주자 음주 습관 변화와 우울증·자살 위험 (주요 지표)
음주 변화 수준 | 우울증 위험 변화 (aHR) | 자살 위험 변화 (aHR) | 주요 해석 |
---|---|---|---|
하루 1잔 이하 (경미) | 약 9% 감소 (0.91) |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 없음 | 사회적 유대감↑, 스트레스 완화 → 우울증 예방 가능성 |
하루 2~4잔 (중등도) | 우울증 위험 통계치 불분명 | 약 2.25배↑ | 음주 과도 시 충동성·자살위험 상승, 중등도 음주→정신건강 유해 가능성 |
하루 4잔 이상 (고도) | 약 31%↑ (비음주자 대비) | – | 과거 음주 경험자 재음주 시 우울증 위험 대폭 상승, 자살 위험도 높아질 우려 |
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DB 기반, Cho et al.(2024년)
설명:
- aHR(조정위험비): 다른 변수를 통제한 상태에서, 특정 그룹이 우울증/자살 발생 위험이 얼마나 높은지 나타냄
- 95% CI: 신뢰구간, 통계적 유의성 판단에 활용
예방적 관점: “음주 문화” 재평가가 필요
연구 결과는 단순히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거나 “가벼운 술이 좋은 치료제”라는 이분법적 결론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소량 음주로 스트레스 완화를 얻을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음주량 증가가 자살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별 음주 습관과 환경, 스트레스 요인, 사회적 지지망 등이 맞물려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폭탄주’ 문화나 잦은 회식 등 과음 문화를 어느 정도 용인·장려하는 경향이 있어, 위험 음주로 빠질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크다고 지적됩니다. 따라서 연구팀은 “비음주자가 술을 시작할 때, 하루 1잔 이하의 적절한 양에서 멈추는 습관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만약 음주량이 중등도 이상으로 오르면, 우울증·자살 위험을 감수해야 하므로, 자신의 한계를 파악하고 “사회적 압박”에도 무리한 음주를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더욱이 이번 연구는 “우울증 및 자살 예방에서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사회·문화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직장 문화, 모임, 가족행사 등에서 과음을 조장하는 분위기를 개선하고, 저도주·무알코올 음료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다각적인 음주 환경 조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정책 당국도 “건전 음주 캠페인”을 진행하거나, 정신건강 측면의 위험 음주자 모니터링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마치며: 비음주자, 술 시작 전 정신건강 리스크 체크해야
알코올은 오랜 세월 인류 문화에 깊이 뿌리내렸으며, 한국 또한 술을 통한 친목과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풍조가 강합니다. 그 와중에 술을 전혀 마시지 않던 이들이 술을 조금씩 시도하거나, 술자리 빈도를 늘려가는 광경은 흔합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비음주자→음주 습관 변화”**라는 과정이 우울증 위험을 낮추거나, 자살 가능성을 높이는 상반된 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통계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하루 1잔 이하의 소량 음주는 무해하거나 오히려 우울감을 완화할 수도 있지만, 2~4잔 이상이면 자살 위험을 2배 이상 키울 수 있다는 경고는 결코 간과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나 주변인이 음주 습관을 바꾸려 할 때, 우선 정신건강 리스크를 충분히 인식하고, 전문적 상담·심리 평가를 거쳐 조절된 음주 문화를 지향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술이 없으면 사회생활이 어려운” 풍토를 바꾸는 것도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결국, 과음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면서도 “가벼운 술자리에서 얻는 심리적 이점”을 최대화하려면, 개인적 자기주도와 사회적·문화적 제도 개선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음주 행태가 단순한 개인 취향이 아니라, 우울증·자살 등 정신건강 문제와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을 체감하고, 보다 건강한 음주 습관을 만들어갈 때, 알코올이 가져다줄 폐해를 줄이고, 안전한 마음 건강을 도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