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환자의 ‘숨은 위험’과 1차 의료의 한계
최근 들어 우울증을 겪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마음의 감기’라 불리는 우울증이 우리 사회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부상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2024년 추정)에 의하면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 수가 지난 5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고, 2023년 현재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우울증 진료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자칫 자살률 증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와 정부 모두 심각한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환자 상당수는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고 있습니다. 그 배경 중 하나가 바로 **‘1차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현실입니다. 많은 환자가 만성질환(당뇨·고혈압 등)이나 신체 증상(소화불량, 만성 피로 등)으로 병·의원을 찾을 때, 사실 진짜 문제는 우울증이지만 이를 구체적으로 진단·상담받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대개 환자들이 ‘신체증상’만 호소하고 떠나버리거나, 바쁜 진료환경 속에서 의사가 우울증 여부를 심층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됩니다.
결국 이런 구조에서는 우울증 환자가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를 찾지 않는 한, 문제를 적시에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가벼운 증상이 있는 ‘숨은 우울증 환자’는 더욱더 의료체계에서 드러나지 않고 방치됩니다. 임상우울증학회(회장 김영식,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명예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일차의료 기관(내과·가정의학과 등)에서 우울증을 ‘조기에’ 포착해 치료로 연결하는 체계가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입니다.
“우울증은 어쩔 수 없는 개인 문제?”… 차별·낙인 금지, 제도 지원 절실
우울증 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은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우울증을 털어놓으면 ‘무능력’ 또는 ‘성격 문제’라고 치부당할까 두려워하고, 지역사회에서도 “정신병”이라며 혐오 혹은 기피 대상이 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편견 탓에 환자가 숨거나, 증상을 숨긴 채 병원 방문을 미루어 결국 상태가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벌어집니다.
이같이 우울증을 둘러싼 차별과 불이익을 금지하고,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우울증학회는 한지아 국회의원에게 제시한 정책 제안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우울증 환자를 별도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즉, 국민 모두가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 이슈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당당히 치료받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보장하고, 적절한 시점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이송·회송되는 **“의료전달체계”**도 확립이 필요합니다. 일반 내과에서 우울증 조짐을 포착했을 때, 환자를 원활히 전문 정신과로 의뢰하고, 회송 후 관리 역시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다학제적 접근이 이상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숨은 우울증 환자’를 어떻게 조기 발견할 것인가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마음이 힘들다”고 뚜렷이 인식하기 전, 몸의 피로나 통증, 식욕 부진 등으로 처음 1차 의료기관을 찾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우울증에서 기인하는지, 단순 신체질환인지 구분이 쉽지 않지요. 임상우울증학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차의료 현장 또는 환자 스스로 사용 가능한 우울증 진단 및 치료술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예컨대 환자 자가 진단 앱이나, 간단한 설문·검사 키트 등을 통해, 의사와 환자 모두 우울증 가능성을 일찍 경고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일차의료 의사들이 우울증 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진단·치료 절차 표준화와 연구·교육 프로그램 활성화가 요청됩니다. 음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적 고통이나 여러 가지 동반 증상을 놓치지 않도록, 가정의학과·내과 의사들도 필수적으로 우울증 스크리닝 기법을 습득하고, 필요시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이는 해외 여러 국가는 물론, 국내 일부 지자체와 협력 모델에서 이미 시도된 바 있어, 제도화와 재정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큰 효과가 기대됩니다.
아울러 일차의료 현장에서 환자가 “이 정도면 우울증일 수 있다”는 경계선 상태를 인지하면, 약물·심리상담·행동치료 등 적절한 치료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개입”**은 정책·재정 지원 없이는 쉽지 않습니다. 환자가 심리상담 비용과 항우울제 치료를 부담해야 한다면, 초기 접근성이 떨어지고 만성화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정부·국회 움직임: 청년 우울증 검진·심리 상담 사업 확대
정부는 이미 여러 방면에서 우울증 인식 개선과 조기 진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 건강검진에는 10년 주기로 우울증 검사가 포함되어 있었지만, 20~34세 청년에게도 2년 주기로 정신건강 검사를 시행하도록 최근 확대했습니다. 또한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 지원사업” 등 다양한 심리 상담 지원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지아 국회의원은 이날 학술대회에서 “국회 차원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요컨대, 사회적으로 우울증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필요한 제도들이 서서히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만약 환자가 검진에서 우울증 의심이 나와도, 실제 전문 진료·치료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고, 많은 사람이 직장과 가족에게 밝히길 두려워하는 문화적 장벽이 남아있습니다. 따라서 **“우울증에 대한 차별과 불이익 방지”**를 명시하고, 환자에게 손쉽게 치료 루트를 제공하며, 일차의료 시스템을 개선해주는 강력한 정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일차의료 현장 우울증 진단·치료 제안 사항 (임상우울증학회)
제안 분야 | 구체 내용 | 기대 효과 |
---|---|---|
우울증 조기 발견 | – 일차의료 기관에서 사용 가능한 진단키트·앱 개발 – 환자 스스로 우울증 자가평가 도구 보급 | 숨은 우울증 환자 빠른 포착, 진료 접근성↑ |
치료 프로토콜 표준화 | – 일차의료 맞춤형 우울증 표준치료 가이드 마련 – 의사들 대상 우울증 전문 교육 프로그램 지원 | 우울증 진단·치료 질 향상, 지역 주치의 수준에서 신속대응 가능 |
정신건강 차별 방지 | – 우울증 환자 차별·불이익 금지 법제도화 –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 높이기 위한 재정 지원 | 낙인 줄이고, 환자 적극적 치료 유도, 사회 편견 완화 |
중증 질환자 의료전달체계 확립 | – 중증 정신질환자(자살 위험 등) 의뢰·회송 체계 강화 – 전문의·심리치료사 등 다학제 협업 구조 | 적절한 시점에 전문병원 연결, 재발 방지·장기관리 가능 |
학술·연구 지원 확대 | – 우울증 신기술·치료법 개발 R&D 투자 – 일차의료·전문의 간 학술 교류 촉진 | 우울증 진료 역량 업그레이드, 연구 개발로 새로운 진단·치료술 창출 |
출처: 임상우울증학회, 한지아 국회의원 학술대회 발표 자료 (2023년 11월)
설명:
- 학회가 주장하는 우울증 관리 정책 제안 요약
- 일차의료 강화·차별금지·전달체계 확립 등 다각적 접근 필요
마치며: 우울증 조기 대응 위해 1차의료·지역사회가 함께 나서야
우리나라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OECD 1위 수준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울증 인식 부족과 “정신병”에 대한 거부감 탓에, 실제 치료받는 비율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차의료 현장에서 ‘숨은 우울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연결해주는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임상우울증학회가 주장하듯, 1차의료 의사들이 적절한 진단 프로토콜을 갖추고, 환자에게 쉽게 우울증 검사를 권유하며,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심리치료사에게 의뢰하는 의료전달체계가 있어야 합니다.
또한 지역사회 차원에서 우울증 환자를 차별하지 않고, 치료받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가정 내·직장 내 편견을 낮추고, 심리상담이나 항우울제 치료가 빨리 이뤄지도록 재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자살률 감소와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이 기대됩니다. 청년층·노년층 등 취약 집단에게 집중 지원을 펼치거나, “정신건강 관리”를 국가검진과 연계하는 방식이 그 예입니다.
임상우울증학회 김영식 회장은 “우울증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활성화되도록 정책·법적 개선에 힘쓰겠다”며, 우울증 관리가 만성질환 관리처럼 보편화돼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우울증이 치명적 질병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고, 일상 어디서든 아프다고 호소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만 환자들이 고립되지 않고 적절한 치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일차의료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 우울증을 조기 발견·치료하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국민 정신건강 증진 및 건강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도 한층 가까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