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일일드라마 ‘친절한 선주씨’는 통념적 ‘가족극’ 틀을 깼다. 잘못된 결혼 생활을 스스로 해체하고 “새집을 짓듯 인생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주인공 선주(심이영)의 결심은, 한국형 일일극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적극적 이혼 서사이자 셀프 리빌드 서사였다.
서정 작가의 대본은 “친절”이라는 어머니 세대 미덕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도, 현세대 여성에게 친절을 “타인을 위한 미덕이 아니라 스스로를 돌보는 기술”로 재정의한다. 매주 7회 편성이라는 숨 가쁜 호흡 속에서도 선주가 던지는 수사적 질문 ― “당신이라면 무너진 벽을 그대로 둘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쌓을 것인가?” ― 은 시청자의 일상을 관통했다.
이혼, 자기 복권, 그리고 ‘친절’의 재해석
드라마는 표면적으로 가족·휴먼 장르로 분류되지만, 내면에는 재건축 은유가 촘촘히 깔려 있다. 선주의 직업이 인테리어 디자이너, 상대 남주 소우(송창의)가 건축가라는 설정부터가 그렇다. 금이 간 결혼 생활은 낡은 주거 공간으로, 새 출발은 “기둥을 남기고 골조를 바꾸는 시공”에 빗대어진다.
특히 극 초반 ‘무너진 벽 앞에서 선주가 보통 망치 대신 맨손으로 벽지를 뜯어내는 장면’은 자기 복권 서사의 메타포다. 여기서 “친절”은 타인을 위한 봉사가 아니라 자기에게 불친절했던 과거를 해체하는 솔직함으로 번안된다. 시청률이 31회(2025.1.8) 6.5%까지 치솟은 이유도, 정형화된 효·희생 서사를 벗어나 자기 돌봄 내러티브에 공감한 40대 여성 시청층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캐릭터 & 배우 ― ‘심이영 vs 최정윤’ 양날 라이벌 구도
- 심이영(피선주/진선주) – 이혼녀에서 ‘리모델링 마스터’로 거듭나는 여정.
- 송창의(김소우) – 선주의 동료이자 연인, 건축 설계 팀장. ‘재건축’의 기술적·정서적 조력자.
- 최정윤(진상아) – 선주의 고교 동창이자 남편을 빼앗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악녀’ 관습을 뒤집어 취약성을 가진 빌런으로 묘사돼 호평.
- 정영섭(전남진) – 선주 전남편. 이성적 싸늘함으로 ‘밉상’ 이상의 사회 구조적 문제를 체현.
최정윤이 연기한 진상아 캐릭터는 회를 거듭할수록 “악행도 배운 결과”라는 층위를 드러내 입체 악역 반열에 올랐다. 종영 후 공개된 메이킹 필름에서 배우들끼리 “선주·소우·상아 셋 모두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말이 회자된 것도 같은 맥락.
편성 전략 ― 120부 → 126부 연장, 일일극의 비주류 실험
당초 120부로 기획됐으나, 초·중반부 입소문 시청률 상승을 발판 삼아 6회 연장(총 126부작)을 결정했다. 타이트한 제작 스케줄 속에서도 “현실 갈등 → 문제 제기 → 비교적 빠른 국면 전환” 구조를 반복해 피로도를 줄인 것이 주효했다. 또 월~일요일, 목요일만 30분 편성이라는 변칙 편성으로 ‘단락감’을 확보해, 재방·클립 소비가 용이했다. MBC·MBC ON·MBC 드라마넷 3채널 동시 송출은 ‘본방 사수’ 문화가 약해진 2030층 유입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시청 포인트 열두 가지
- ‘리모델링’ 미장센: 부서진 벽, 뜯긴 도배지, 공사 현장 소음이 감정진행도와 동기화.
- 상아의 ‘화이트 톤 코스튬’: 악역이 흰색 정장을 고집하며 ‘순백 가면’을 시각화.
- OST 19트랙: 변진섭·허찬미 등 세대 교차 보컬 라인업으로 ‘세대 간 공감’ 강화를 시도.
- DIY 용어의 메타포: “타일 드러내기” “몰딩 바꾸기” 등이 ‘관계 경계 재설정’을 은유.
- 아역 이름 이스터에그: 전지현·김태리·강동원 등 실존 배우와 동일한 이름 부여로 ‘리부트 세계관’ 유희.
- 35분·30분 혼합 러닝타임: 주중 피로도 조절과 주말 몰아보기 수요 동시 공략.
- ‘친절’ 모티프 확장: 마지막 회 선주 대사 “친절이란 타인이 아닌 나에게 먼저 약속하는 것”은 작품 테제 총정리.
- 이혼 서사에서 재혼까지: 소우·선주가 ‘재혼보다 리모델링’을 선택, 동등 파트너십 모델 시사.
- 투톱 아닌 쓰리톱: 악역 상아에 동일 비중을 배치해 ‘선악 이분법’을 흐림.
- 주요 갈등 장소 ‘진건축’: 사적인 감정과 자본·권력이 교차하는 ‘현대 가족 비즈니스’ 축소판.
- 시청률 완만 상승곡선: 첫 회 4.8%→31회 6.5%→종영 126회 6.1% ‘공감 곡선’이 완주율을 방증.
- 다음 작품 ‘태양을 삼킨 여자’와 주제 릴레이: “자기 회복” 담론을 월~금 프라임타임으로 이양.
자주 묻는 질문 (FAQ)
| 질문 | 답변 |
|---|---|
| 방송 기간은 언제였나요? | 2024.11.18 ~ 2025.06.02, 총 126회. |
| 어디에서 다시 볼 수 있나요? | MBC 공식 VOD, 웨이브(wavve)·IMBC 다시보기 서비스 제공. |
| 주요 출연진은? | 심이영, 송창의, 최정윤, 정영섭 등. |
| 장르는? | 가족·휴먼 드라마지만, 이혼·재건 서사를 중심에 둔 ‘셀프 리빌드극’. |
| OST가 화제라는데? | 총 19트랙, 변진섭·아리·손태진 등 세대를 아우르는 라인업. |
| 실제 건축·인테리어 정보도 얻을 수 있나요? | 제작진이 대한건축사협회 자문을 받아 리얼리티를 높여, 인테리어·리모델링 기초 지식이 자연스럽게 노출된다. |
| 결말은 해피엔딩인가요? | 스포일러를 피하자면, ‘리모델링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메시지로 열린 결말을 택했다. |
“친절”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로 귀결된다
‘친절한 선주씨’는 ‘친절＝희생’으로 압축되던 낡은 공식에 균열을 냈다. 벽을 허무는 소리로 시작해, 새로 쌓은 벽에 페인트를 칠하는 소리로 끝난 결말은, 우리 모두에게 남은 인생 리모델링 체크리스트를 건넨다. 당신에게도 고쳐야 할 금 간 벽이 있지 않은가? 그 첫 망치는, 언제나 스스로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