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의 젊은 투수 김건우가 프로 5년 만에 데뷔 첫 승이라는 감격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2025년 3월 27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시즌 3차전에서 그는 구원투수로 나서 4⅓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쳤고, 마침내 자신의 이름 옆에 ‘승’ 자를 새길 수 있었다.
데뷔 첫 승, 김건우는 이렇게 만들어냈다
2021년 SK 와이번스의 1차 지명으로 입단한 김건우는 그동안 기대를 모았지만, 성적은 다소 아쉬웠다. 첫 해 6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1, 이후 2022시즌엔 평균자책점 9.00을 기록하며 1군 무대에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하지만 KBO 2025시즌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프링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의 눈에 띄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5선발 경쟁까지 뛰어들었다. 비록 5선발 자리에서 밀렸지만, 그의 투구는 계속 진화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 박종훈이 3⅔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며 투입된 김건우가 진정한 주인공이었다. 0-2로 뒤진 4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그는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이후 정훈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분위기를 바꿨다.
65구, 4⅓이닝, 7탈삼진 무실점…그야말로 퍼펙트 피칭
김건우의 투구는 점점 강해졌다. 5회부터 7회까지 3이닝 연속 삼자범퇴. 특히 7회에는 삼진 두 개를 곁들이며 롯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총 투구수 65구, 2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 데뷔 첫 승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내용이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롯데의 중심타자 레이예스를 병살타로 잡아내며 완벽한 피칭을 이어갔다. 이 한 경기로 김건우는 ‘유망주’에서 ‘준비된 투수’로 성장했음을 증명했다.
첫 승, 그리고 벅찬 감정…“믿기지 않아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건우는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승리에 대한 생각은 없었고, 팀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겠다는 마음뿐이었다”고 말한 그는 그동안의 부담을 벗어던진 듯했다.
지난 22일 두산전에서 단 한 개의 아웃카운트도 잡지 못하고 2볼넷 1실점으로 내려간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그날 자신에게 실망했다”며 “이 경기를 통해 만회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한 단계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가족과 함께한 감동의 순간
이날은 김건우 가족이 경기장을 찾은 날이었다. 첫 승을 가족 앞에서 거두었기에 의미는 배가 됐다. 동료들의 물 폭탄 세례 속에서도 그는 “부모님께 이 기쁨을 가장 먼저 전하고 싶다”며 감동을 전했다.
특히 김광현 선배가 마운드를 내려오는 김건우를 꼭 안아주는 장면은 팬들의 마음까지 울렸다. “우상으로 바라봤던 선배인데, 함께 야구를 하며 축하까지 받아 감격스러웠다”고 전한 김건우는 앞으로 더 많은 승리를 쌓고 싶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5선발 경쟁에 밀렸지만,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현재 김건우는 5선발 자리에 있지 않다. 그러나 이날 경기로 그는 선발 투수 못지않은 역량을 보여줬다. 본인은 “형들이 더 잘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다”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지만, 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그의 보직 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김건우의 멘탈이다. 그는 “중간계투로서 분위기를 넘겨주지 않는 투수가 되고 싶다”며 현재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마치며: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한 유망주, 김건우
김건우의 데뷔 첫 승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수년간의 노력과 좌절, 그리고 다시 찾아온 기회를 완벽히 살려낸 값진 승리다. 야구는 결국 한 사람의 성장 드라마이고, 이날 SSG 랜더스의 마운드에서 그 드라마의 한 페이지가 쓰였다.
앞으로 김건우가 어떤 투수로 성장할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오늘의 첫 승처럼, 한 발씩 꾸준히 나아가는 그의 모습은 분명 야구 팬들에게 큰 감동과 기대를 동시에 안겨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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