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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건 배경과 전문가 공동 성명: 우울증 ‘낙인’ 경계

최근 대전에서 벌어진 초등학생 살해 사건은 전국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안겼습니다. 더욱이 가해 교사가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사건 원인을 ‘정신질환’과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다시금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신건강 전문가 단체들은 14일 공동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분위기를 경계하며, “정신질환 관련 내용을 기사 제목이나 도입부에 과도하게 부각하면 낙인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공동 성명에 참여한 단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심리학회, 한국정신간호학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입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가져온 충격과 트라우마가 개인을 넘어 학교 공동체 전체, 나아가 일반 대중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무엇보다 희생자와 유가족, 목격자, 그리고 피해 아동이 속한 학교 공동체의 트라우마 극복과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울증 병력 자체가 폭력성이나 범죄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못박으며, 우울증 환자가 치료받을 기회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특히 이런 단체들이 공동으로 성명을 낸 이유 중 하나는, 대중 매체나 인터넷상에서 “정신질환=위험”이라는 단순한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는 여전히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시선, ‘정신병자’라는 멸칭 등 낙인이 존재합니다.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의 정신질환 여부가 부각돼, 전체 환자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역효과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부정적 연결고리는 정작 치료가 시급한 우울증·불안장애 환자들이 병원을 기피하거나, 기존 환자들이 치료를 중단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우울증=폭력성’이라는 오해: 사실과 다른 통계적 현실

우울증이 범죄로 이어지기 쉽다는 인식은, 전문가들이 “대표적인 잘못된 편견”이라고 말할 정도로 의학적 사실과 거리가 큽니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서 우울증 환자는 외부 폭력보다는 내부적 파괴, 즉 자해나 자살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도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세계보건기구(WHO)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자기비하와 무기력에 시달리며, 타인을 공격하기보다는 스스로를 해치는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많습니다.

물론 최근 한국 사회에서 정신질환 관련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일부 사례만 부각되어 “정신질환 = 폭력성”이라는 논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전체 우울증 환자 중 폭력적 행동을 나타내는 비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이들은 대개 조현병·조울증 등 다른 정신질환이 함께 있거나, 외부 요인(약물남용, 극심한 스트레스, 대인관계 갈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충동성을 제어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만큼, 단순히 우울증 진단만으로 가해자의 폭력성을 일반화하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국내 우울증 환자 통계와 범죄 연관성

구분2019년2020년2021년2022년비고
우울증 진료 환자 수(추정)85만 명90만 명100만 명110만 명코로나19 이후 가속화
자해·자살 시도자 중 우울증 비율45%46%47%48%주된 문제는 자기파괴적 성향과 연관
폭력범죄 중 우울증 병력 보유자 비율약 2.5%약 2.7%약 3.0%약 3.2%다른 정신질환(조현병 등) 중첩 가능성 있음
우울증 환자 치료율(연간)20%21%22%24%사회적 낙인 등으로 아직도 낮은 편

출처: 보건복지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종합, 2024년 통계 추정치
설명:

  • 우울증 진료 환자 수: 실제 진단받은 환자, 추정치 포함
  • 폭력범죄 중 우울증 병력 보유자: 실제 범죄 통계 중 심신미약 주장 혹은 진료 기록 확인 사례
  • 우울증 환자 치료율이 올라가지만, 여전히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

위 표를 보면,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는 확실하지만, 폭력범죄와의 직접 연관성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자해·자살 시도와의 연관성이 크다는 점이 자주 언급되는 대목입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폭력범죄 중 우울증 병력 보유자 비율”을 분석할 때, 실제로는 조현병이나 인격장애가 함께 있는 복합진단 사례가 상당수라고 강조합니다. 즉, 우울증만이 범죄의 ‘주요인’으로 작용하기보다는, 더 복잡한 내부·외부 요인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트라우마 치유와 공동체 회복: 무엇이 우선 과제인가

전문가 단체들은 공동 성명에서 “희생자와 유가족, 목격자, 피해 아동이 속한 학교 공동체, 그리고 많은 국민의 마음의 충격과 고통을 위로하고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이번 사건처럼 충격적인 범죄가 발생했을 때, 개별 피해자나 가해자 문제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사건이 파급되는 공동체 전체의 정신건강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사실상 대규모 사고나 강력범죄 발생 이후, 생존자·목격자·유가족 등이 느끼는 심리적 후유증을 ‘2차 피해’로 보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의 연구에서도, 주변인이 겪는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나 불안·우울 증세가 일정 기간 이상 방치되면, 삶의 질이 장기적으로 저하되거나 다른 사회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을 때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지역사회는 어떻게 지원체계를 가동하며, 전문 상담을 어떻게 연결할지”가 매우 중요해집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초등학생이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주변 학부모와 어린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건 현장을 직접 목격한 아이들뿐 아니라,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 모두가 불안과 충격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이들에게 심리 상담을 제공하고, 교사와 부모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아이들이 PTSD로 이어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이는 사건 보도의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언론이 자극적인 제목을 달아 “가해 교사=정신질환자=위험”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면, 우울증 환자 전반에 대한 편견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사건에 얽힌 아이들에게도 그 충격이 더 깊어질 수 있습니다.


낙인 없는 치료 환경의 중요성: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낙인은, 그 자체로 환자들이 병원 문턱을 넘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 원인입니다. 우울증을 포함해 다양한 정신질환은 조기 발견과 치료가 이루어지면 상당 부분 회복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임에도, 사회적 시선이 두려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는 “우울증·불안장애 등으로 지속 고통받는 이들이 많지만,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시선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를 망설이는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낙인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환자만이 아니라, 전문가와 상담사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으로는 “우울증=범죄 가능성”이라는 과도한 일반화가 퍼지면, 범죄 예방과 환자 치료라는 본래 목적이 훼손됩니다. 예컨대 환자들은 자신이 가해자 취급을 받을까 봐 오히려 증상을 숨기고, 전문가들은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두려워해 적극적 치료를 주저하거나 경계심을 높이게 됩니다. 그 결과, 치료가 더욱 필요해진 사람들이 사회적 안전망에서 멀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와 정치권·정부·지역사회가 협력해 ‘정신건강 친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신건강 보험 지원 확대, △지역사회 심리상담센터 확충, △학교·직장 내 정신건강 프로그램 강화, △언론 보도 시 전문가 검증을 거친 신중한 서술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최근 보건복지부도 ‘전국민 마음 투자 지원사업’ 등을 통해 우울증·불안장애 상담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기 인원이 많고, 전문 상담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옵니다.


맺음말: 트라우마 치유와 편견 해소, 모두를 살리는 길

대전 초등생 사건은 “정신질환 환자가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는 단편적 사실이 부각되면서, 또다시 우울증 환자 전체를 ‘위험군’으로 몰아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등 여러 전문가 단체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지금은 낙인보다 치유와 회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와 유가족, 학교 공동체가 겪는 극심한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전문가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우울증을 단순 폭력성으로 해석해 버리는 것은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환자들이 치료를 기피하게 만드는 역효과가 큽니다. 자칫하면 실제로도 자살이나 자해 위험이 높은 우울증 환자들에게 치료 공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환자는 극히 일부이며, 범행 동기와 정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자세일 뿐 아니라, 향후 유사 사건 방지 대책을 만들 때도 정확한 정보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결국, 대전 초등학생 살해 사건이 남긴 숙제는 명확합니다. 정신질환 자체를 두려워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적절한 치료와 사회적 지지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일입니다. 동시에, 피해자와 목격자, 공동체가 입은 트라우마를 어떻게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낙인과 편견 대신 과학적이고 포용적인 접근을 지향한다면, 비극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모두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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